착시와 무의식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를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 먼저 재미있는 그림을 보자.(내셔널지오그래픽 브레인테스트 – 착시 National Geographic Test your Brain – Perception)

착시이미지

[그림 1] 착시이미지

[그림 1]에서 A부분과 B부분의 색깔이나 밝기가 서로 같은지 다른지를 비교해보라. (A부분은 약간 위쪽으로 향해있고, B부분은 약간 아래 방향으로 꺾여 있다.)

아마 A부분의 색이 더 어둡고, B부분이 A보다 더 밝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착시이미지

[그림 2] 착시이미지

이번에는 A부분과 B부분 사이의 하얀 선 안쪽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고 A부분과 B부분의 색과 밝기를 비교해 보라.

어떤가? 어리둥절하지 않은가? 신기하게도 [그림 1]에서는 A와 B가 서로 다른 밝기의 색으로 보이던 것이, [그림 2]의 사각형 부분을 손으로 가리니까 A와 B가 동일한 색과 밝기로 보인다.

A부분과 B부분은 원래부터 동일한 밝기의 색이다. 그런데 [그림 1]처럼 가리지 않고 보면 서로 다르게 보인다. 가리지 않으면 A와 B가 서로 같은 색이라고 아무리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고 보아도 A와 B는 서로 다르게 보인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 그림은 착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단지 ‘착시가 참 신기한 것이구나!’를 보려는 것은 아니다. 이 착시라는 현상을 통해서 바로 우리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중독(니코틴 중독, 알코올 중독 등)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이 착시 그림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A와 B부분이 서로 같은 밝기의 색으로 눈으로 들어왔지만, 뇌는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색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뇌가 세상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서 변형하고 왜곡해서 본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중요하게 보아야 할 부분이다.

인간의 눈은 대략 1초에 5~8번 정도의 사진을 찍는 카메라와 비슷하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본다고 할 때, 그 보이는 것(빛)은 먼저 눈의 바깥 수정체를 통과해서 눈 뒤쪽에 있는 망막에 비친다. 여기에서 빛은 전기신호로 바뀐 후에 다시 시신경을 타고 뇌의 뒤쪽 뒤통수에 있는 시각중추로 이동한다. 그런 다음 이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기억된 정보와 다시 비교하고 분석하여 그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인지 아닌지 등을 판단한다.(머리의 뒤통수 부분에 손바닥을 대었을 때, 손바닥 부분정도가 시각중추다. 이 시각중추로 들어온 정보는 모양과 얼굴 등 30개 정도의 특별한 시각영역으로 이동하여 처리된다. 그리고 이 정보들은 감정 통로로 알려진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 해마, 편도체 등)로 이동하여 감정적 판단 및 기억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눈 깜빡할 정도로 아주 짧게 느끼는 1초라는 시간동안 뇌는 빨리 뭔가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 이 세상은 인간의 뇌가 다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움직이고 있다.(개는 인간보다 조금 빠르게 인식하고, 거북이는 인간보다 더 늦게 인식한다.)

물방울 떨어지는 모습

[그림 3] 물방울 떨어지는 모습

예를 들어 물방울 떨어지는 것과 같이 아주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장면은 초고속 카메라(초당 수백 장에서 수십만 장 이상 촬영)를 통해서 슬로우 모션으로만 볼 수 있지, 실제 인간의 시각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지할 수 없는 것들이다.

1초에 5~8장 정도밖에 사진을 찍지 못하는 인간의 시각능력으로는 이 세상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눈을 통해서 뇌 속으로 들어오는 이미지들은 띄엄띄엄 시간 간격이 아주 길고, 그만큼 인식하지 못한 비어있는 공간들이 많게 된다.

[그림 4]

[그림 4]

인간의 눈은 인식하지 못하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볼 때, 비어있는 부분으로 인해서 세상이 깜빡깜빡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뇌 속에 듬성듬성 들어온 이미지들 간격 사이, 즉 비어있는 곳들을 뇌가 무언가로 채워서 이어붙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세상을 끊임이 없는 동영상처럼 자연스럽게 볼 수가 있다. 인간의 시각 처리 능력보다 더 많은 필름들을 이어붙인 영화나 TV도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영화나 TV의 장면은 1초에 24~29장면씩 눈앞을 휙휙 지나간다.)

이런 인간의 인식능력의 한계 때문에 뇌는 특별한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비어있는 부분들을 기존의 정보나 그럴 것이라는 판단으로 채워 넣는 것이다.

우리 앞에 있는 실제의 세상은 3차원이지만 인간의 망막에 비친 세상은 사진과 같은 2차원인 세상이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2차원적인 평면사진을 빛과 그림자 등의 정보를 이용해서 3차원적인 입체사진으로 재해석한다.

[그림 1]에서 A와 B의 색이 동일하게 눈으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뇌는 ”A면은 위쪽으로 빛이 비치는 밝은 부분이고, B는 아래쪽으로 상대적으로 그늘져서 있기 때문에, A와 B는 동일한 색일 수 없어, 절대 그럴 리가 없어!”라고 B가 더 밝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실제로 뇌 속에서 B의 색을 A보다 더 밝은 다른 색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림 2]에서처럼 흰 사각 부분(빛과 그림자)을 손가락으로 가리게 되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서 A와 B의 색을 재해석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원래의 색을 그대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즉 뇌가 색을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뇌는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뇌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기 위해서 실제의 세상을 바꾸어서 인식한다는 것이 정말 신비롭지 않은가? 이렇게 뇌는 세상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일 뇌가 [그림 1]에서 A와 B의 색을 바꾸지 않고, 원래처럼 동일한 색으로 본다면, 만일 뇌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빈 공간들을 그냥 그대로 둔다면, 뇌의 입장에서는 이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가 되어 버린다. 즉 혼돈과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뇌는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착시는 뇌가 스스로 착각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내는 생존방법인 것이다!

이런 처리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기 전에 무의식 속에서 아주 빠르게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인간의 뇌의 처리는 기본적으로 무의식적인 처리가 먼저 빠르게 일어나고, 가장 나중에 의식이 알아차리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 1]에서처럼 아무리 A와 B가 동일한 색이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보아도 결과는 항상 다른 밝기의 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 앞에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과 눈을 통해 뇌로 들어온 세상은 차이가 많다. 그 차이는 각자 우리 뇌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어떠한 정보들로 인해서 가공되고 변형된 것들이다. 그 변형시키는 정보들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DNA에 새겨진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정보에서부터 태어난 후에 만들어진 다양한 감정, 가치, 신념, 경험적 정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정보들은 뇌 속의 신경세포인 뉴런(Neuron)에 저장되며, 대부분 무의식에서 아주 빠르게 자동적으로 처리된다.

– Se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