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정보, 감정
우리의 뇌는 어떠한 것들을 보거나 인식할 때 무의식적으로 아주 빠르게 그것이 자신에게 이로운 것인지 또는 해로운 것인지를 먼저 분별한다. 이것을 담당하는 것은 앞서 본 것처럼 해마 머리에 붙어있는 편도체라는 뇌의 기관이다. 이 편도체라는 뇌의 기관은 인간의 감정을 담당한다.
감정이라고 하면 기쁘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슬프다, 두렵다, 무섭다, 혐오스럽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들 감정은 자신에게 이로운 감정(쾌감정:快感情)과 해로운 감정(불쾌감정:不快感情)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끌어오거나 밀쳐내는 감정이다.
우리의 뇌는 세상의 모든 것에 감정이란 정보를 붙여 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기도 전에 감정적 정보를 먼저 알아내어 행동하도록 진화하였다.
예를 들어 깊은 밤 산속에서 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떨 것 같은가? 갑자기 소름이 돋고 무서운 느낌이 들 것이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근육은 긴장하며 심장이 빨리 뛰면서 호흡량이 많아진다. 도망갈 태세가 자동적으로 갖춰지는 것이다.
만일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풀숲을 들쳐가며 확인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바람 소리인지 산토끼 소리인지 호랑이 소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이야 산속에 큰 맹수들이 없지만, 불과 백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의 깊은 산속에는 호랑이와 같은 무서운 맹수가 많이 살고 있었다.
한참 더 거슬러 15만 년 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에 출현할 당시로 가보자. 그 시대에는 주위에 검치호랑이와 같은 온갖 사나운 맹수들이 득실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만일 뇌가 감정적 정보로 먼저 판별하지 않았다면, 즉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먼저 놀라서 경계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아무런 느낌 없이 그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내려 했다면 아마 현재의 인류는 모두 잡아먹혀서 벌써 멸종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것에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이 감정적 정보는 중요한 것들은 이미 DNA에 새겨져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태어난 후에 다양한 경험에 의해서 새로 만들어지거나 변경된다. 예를 들어서 1~2살 먹은 어린 아기에게 뱀 인형을 보여주면 아기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기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서 빨기도 하고 먹을 것인지 씹어보면서 확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인들에게 뱀 인형을 보여주면 기겁을 하고 놀라서 도망갈 것이다.
쥐의 경우에는 뱀에 대한 감정적 정보가 이미 DNA에 새겨져 있다. 그래서 쥐는 뱀을 처음 보거나 냄새만 맡더라도 벌벌 떨고 무서워서 도망간다. 하지만 쥐의 뇌에서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를 제거하면 쥐는 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올라타고 놀다가 결국 뱀에게 잡혀 먹힌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감정이란 것을 무언가에 대한 느낌 정도로 쉽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뇌의 입장에서 감정이란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생존의 정보로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 Ser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