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왜 놀랄까?
우리는 1장에서 무의식이란 것이 무엇인지 기본적으로 살펴보았다. 무의식은 뇌의 자동조정 장치로 우리가 그것을 의식적으로 이해하기도 전에 또는 이해할 필요도 없이 일어나는 뇌의 처리 과정이다. 뇌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되도록 무의식적 처리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착시라는 것을 통해서 뇌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질 않고 무의식 속에 저장된 정보에 의해서 바꾸어 인식할 수 있다는 것과 또한 그것으로 인해서 흡연자가 담배에 대한 정보를 비흡연자와는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흡연자의 뇌 속 뇌세포(뉴런)에는 담배를 끌어들이는 정보가 흡연뉴런으로 새겨져 있다. 이 흡연뉴런은 뇌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아주 빠르게 작동하며 흡연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흡연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번 장에서는 그 뇌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흡연뉴런의 실체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떤 사물에 몹시 놀란 사람이 그와 비슷한 사물만 보아도 겁을 내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독자들도 예전에 무엇인가에 놀란 경험이 있다면 그와 비슷한 것만 보아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먼저 놀랐던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자라를 보고 놀랐는데, 솥뚜껑을 보고 놀라는 것에 대해서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이 왜 그런지에 대해서 대부분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림 7] 자라와 솥
우리가 솥뚜껑을 솥뚜껑이라고 인식하기도 전에 뇌 속에서는 이미 무엇인가가 처리되었다. 즉 솥뚜껑이라고 알기도 전에 놀란 반응을 일으킨 또 다른 처리가 먼저 있었던 것이다. 단 여기에는 이전에 그와 비슷한 것에 대해서 크게 감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던(여기서는 자라에 놀랐던) 경험이 있어야 한다.
우선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만일 어떤 사람이 솥을 처음 보았다면 그 사람은 그것이 솥인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인식한다고 하는 것은 단지 사물의 이미지가 눈으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뇌 속에서 이미 기억된 정보와 비교를 통해서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면 ‘자라를 보고 놀랐던 뇌가 솥뚜껑을 볼 때’ 뇌 속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그림 8]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다
①솥뚜겅의 이미지가 눈의 수정체를 통해서 들어온 다음 눈 뒤쪽 망막에 상이 맺힌다.
②망막에서 전기신호로 바뀐 이미지는 시신경을 타고 뇌의 뒤쪽 시각중추로 이동한다.
③시각중추로 이동한 이미지는 약 30개의 특징적인 부분으로 나뉘어서 기억의 통로인 둘레계통(변연계;Limbic System: 해마와 편도체 등)으로 이동한다.
④해마 머리에 붙어있는 편도체를 통해서 그 특징적인 이미지가 자신에게 이로운 것인지 또는 해로운 것인지를 분별해 낸다. 여기에서 그 이미지가 만일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서 그것에 가까이 가려고 하고, 만일 자신에게 해로운 것이라고 판별되면 나쁜 감정을 느끼게 하여 멀어지게 만든다. 아직까지는 그것이 정확히 솥뚜껑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 즉 아직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 놀라서 피한다. 자라를 보고 놀랐던 뇌가 여기서 놀라게 된다. – 해마(hippocampus)는 마치 해마(海馬)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며, 주로 정보를 기억하고 인출하는 역할을 한다. 편도체(amygdala)는 해마 머리 위에 위치하며 주로 감정의 처리 역할을 한다. –
⑤최종적으로 해마를 통해서 기억된 정보들과 비교하여 그 이미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추론하여 인식한다. 여기에서야 비로소 그 이미지가 솥뚜껑인지를 알아낸다.
자라를 보고 놀랐던 뇌는 솥뚜껑을 보자마자 그것이 솥뚜껑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특징적인 부분들을 찾아내어 그것이 자신에게 이로운 것인지 아닌지를 먼저 판별한다. 그래서 솥뚜껑을 보았지만 그것이 솥뚜껑인지 모른 채로 먼저 놀라고, 그다음 멀찌감치 떨어진 상태에서 그것이 기억된 솥뚜껑과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만일 뇌가 그것이 솥뚜껑인 것을 먼저 정확히 인식했다면 굳이 놀랄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솥뚜껑을 본 후에 “아이쿠 놀라라”하고 먼저 뒤로 물러선 다음에 “아! 솥뚜껑이구나!”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 Ser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