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경고문구
이제 이야기를 담배로 옮겨서, 무의식과 흡연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자.
흔히 담배를 피우는 것을 습관이라고 하는데, 이 습관이라는 말이 바로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반복되게 굳어진 행동을 의미한다. 어느 순간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면, 자신도 모르게 담배가 이미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다.
흡연자의 뇌 속 뉴런에 흡연행동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고, 담배가 이득을 주는 물질로 기억되고, 이것이 자극되고 활성화되면, 그 이후부터는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흡연행동이 이루어진다. 즉 흡연자의 뇌 속에서 담배를 끌어오는 정보가 담긴 뇌 신경세포인 흡연뉴런이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되면 그것을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구분 짓는 것도 바로 이 흡연뉴런이다. 흡연자의 가족이나 같은 공간에 있는 간접흡연자들의 몸속에도 흡연자처럼 니코틴이 상당량 존재하지만 흡연자와는 다르게 이 흡연뉴런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 4] 국내 담배 경고 문구

[그림 5] 해외 담배의 경고 그림
비흡연자들에게는 담배 냄새가 역겨운 시궁창 냄새로 느껴지지만, 흡연자들은 구수한 맛으로 느낀다. 흡연자들은 담배 냄새가 예전과 다르게 바뀐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뇌가 담배의 역겨운 냄새를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비흡연자들이 담배연기를 맡으면 머리가 어지럽고 띵하게 느껴지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반면, 흡연자들에게는 뭔가 편해지면서 풀리는,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이 모든 차이는 흡연자의 뇌 속 무의식에서 작동하고 있는 흡연뉴런의 작품들이다. 무의식 속의 흡연뉴런이 마치 착시처럼 담배의 정보를 자신의 원하는 형태로 왜곡하고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의식은 자신의 그런 이해할 수 없는 모습조차 합리화한다. 이것이 바로 흡연자들이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이다.
물론 대다수의 흡연자들이 평소에는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담배가 필요한 그 순간에 담배의 정보를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왜곡해서 바꾸지 않으면, 어떻게 역겹고 냄새나는 발암물질 덩어리인 담배를 피울 수 있단 말인가?
무의식 속의 흡연뉴런은 단순히 담배를 끌어오기 위해 담배의 부정적 정보를 왜곡하는 것뿐만 아니라, 금단증상까지도 유발한다. 금단증상이란 뇌가 담배를 필요로 하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발생하는 증상이다. 즉 흡연뉴런은 지속적으로 담배를 피우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의식 속의 이 흡연뉴런의 연결을 끊거나 제거하기 않은 채로 금연을 하면 평생 금단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스트레스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면 여지없이 내재된 이 흡연뉴런이 자극되어 흡연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금연을 하고 10년 이상 지나도 마찬가지이다. 금연자들이 1~2년 사이에 대부분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어느 날 자신의 손에 다시 담배가 들려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뇌 속에 흡연뉴런이 남아있는 금연자들은 “금연은 평생 참는 것이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참는다고 하는 표현 그 자체가 자신의 뇌 속에서 흡연뉴런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흡연뉴런의 연결이 끊어지고 사라지면 이런 금단증상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빠른 시간 내에 사그라져서 없어져 버린다.
이번 1장에서 우리는 무의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자신의 몸속에 발암물질을 집어넣는 흡연과 같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은 바로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뇌 속의 무의식적인 처리는 그것을 의식하기도 전에 아주 빠르게 필요한 의미로 재해석해 버린다. 그렇게 흡연자의 뇌 속에 형성된 흡연뉴런은 무의식적으로 담배의 정보를 왜곡해서 스스로 담배를 입에 물게 만든다.
금연을 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남은 평생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담배 피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려 한다. 즉 뇌의 무의식 속에 숨겨진 흡연뉴런의 정보를 제거하고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이제 우리는 그곳으로 향하는 첫 번째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 Ser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