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가 아닌데
데이비드는 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는 도중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 자동차 밖으로 튕겨져 나간 데이비드는 도로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다. 5주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데이비드는 대부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지만 한 가지 이상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의사에게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와 정말 닮기는 했는데, 그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가 아니라고 했다. 그 사람들은 가짜이고 자신의 부모 행세를 하는 사기꾼들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물론 당시 병원에 있었던 사람들은 데이비드의 친부모였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부모와 전화 통화를 할 때에는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친부모라고 하였지만, 정작 그들과 마주할 때면 어김없이 그들이 가짜라고 말했다. 그런 데이비드의 모습을 본 그의 부모들은 황당해하고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캡그래스 증후군
이런 증상을 캡그래스 증후근이라고 하는데, – 캡그라스 망상(Capgras delusion) 또는 캡그래스 증후군(Capgras Syndrome) – 1923년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조제프 카그라와 장 르볼라쇼가 처음 보고하였으며 카프그라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증세이다. 아마 대부분 이런 증상이 이해되지 않으며 의아하게 생각이 들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사랑하는 아이, 부모, 연인, 친구 등 누구라도 좋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떠올리자마자 기분 좋은 느낌이 동시에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늘 이것이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고, 만일 그렇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에 데이비드의 뇌에는 심각한 손상이 생겼기 때문에 데이비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앞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왜 놀랄까’에서 우리의 뇌는 무언가를 볼 때, 그 이미지가 뇌의 뒷부분 시각중추로 옮겨져서 특징적인 부분들을 찾아내고, 다시 편도체를 통해서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인지를 먼저 확인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우리의 뇌에는 무언가를 보았을 때 그것이 사람의 얼굴인지를 특별히 인식하는 방추이랑이라는 영역이 있다. – 뇌에는 얼굴만 분석하는 방추이랑(방추상회;fusiform gyrus)이라는 부분이 있다. 만일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안면인식장애가 발생한다. – 뇌의 이 부분은 눈앞의 이미지들 중에서 얼굴만의 특징을 찾아서 이것이 기억된 누구의 얼굴인지 비교하기 시작하며, 편도체를 거쳐 그 얼굴과 연결된 감정 또한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교통사고로 얼굴을 인식하는 뇌의 방추이랑이라는 영역에서 편도체로 연결된 통로가 끊어져 버렸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부모를 보았을 때 해마를 통해 기억된 자신의 부모와 동일한 얼굴인 것은 인식하였지만, 편도체로의 연결이 끊겨져서 예전처럼 자신의 부모를 보았을 때와 같은 자연스럽고 친근한 느낌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데이비드의 뇌는 자신의 부모를 보고도 얼굴만 비슷한 사람이라고 인식했을 뿐, 그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처럼 변장을 하고 부모 행세를 하는 사기꾼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 Ser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