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되지 않는 행동

15년 동안 천여 명 이상의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마음금연 세션을 하면서 항상 처음에 질문한 말이 있다.

“집에서 식수로는 수돗물, 정수한 물, 생수 중 어떤 물을 먹습니까?”

“새까맣게 탄 음식이나 탄 고기를 먹습니까?”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다시 주워서 먹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돗물과 까맣게 타거나 땅에 떨어진 음식은 비위생적이거나 오염되었을 것이라고 여기고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대부분 그렇게 답을 할 것이다.

그다음 이어지는 질문이 있다.

“담배에는 니코틴, 비소, 납 등의 독극물과 1급 발암물질 60 여종이상, 방사성물질 등이 다량 들어있는 것을 아시지요? 그런데 이렇게 탄 음식이나, 땅에 떨어진 음식은 먹지 않으면서, 어떻게 발암물질 덩어리인 담배를 입에 물고 피울 수 있지요?”

그러면 대부분 “글쎄요…….그러게요, 도대체 왜 담배를 피울까요?”라고 반문한다.

흡연자들 중에는 알레르기 천식이나 비염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 천식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만 봐도 반사적으로 기관지 근육이 수축되어 좁아지고 기침과 호흡곤란이 일어나, 숨이 막힐 것 같은 발작 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비염도 이와 비슷하게 이물질들이 호흡기로 들어오지 않도록 콧물, 재치기, 가려움증이 일어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천식이나 비염증상을 가진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 오히려 그 증상이 작아지기까지 한다. 먼지만 봐도 반사적으로 기침을 일으키거나 코가 간지럽고 콧물이 줄줄 나오는데, 어떻게 미세먼지 위험주의보 수준의 10배 이상의 담배연기를 들이마실 수 있단 말인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농도를 담배를 피우기 시작함과 동시에 바로 옆에서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매우 나쁨(150~200㎍/㎥) 수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10배 이상 수치(1,300㎍/㎥ 이상)가 증가한 결과가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4년 8월 아파트 내에서 실험한 결과, 아파트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5분 만에 위아래 층으로 연기가 퍼지고, 미세먼지 농도는 담배 2개비를 피웠을 때 약 1,300㎍/㎥로 지하철 승강장 수준으로 오염되는 것으로 보고했다.

이쯤 되면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도 자신이 어떻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지 설명하기 힘들어진다. 많은 흡연자들은 담배 피우는 것을 그저 습관이거나 니코틴 중독 때문이라고 대답하지만, 대부분 몇 십년동안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자신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를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부분들이다. 고약한 시궁창 냄새가 나고 발암물질 덩어리인 담배를 어떻게 피울 수 있는지, 그런 행동을 하는 흡연자를 도저히 납득하지 못한다. 비흡연자들은 그런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들을 그 냄새나는 것도 못 끊는 의지박약자로 치부하기도 하며, 특히 흡연자의 가족들은 그런 흡연자를 때로는 측은하게, 때로는 야속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현재 한국은 흡연인구가 전 세계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아주 많다. 남녀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인구의 25~40%까지 흡연인구로 보고 있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만 19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은 남자 43.7%, 여자 7.9%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거의 인구 4명당 1명꼴이니,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를 대략 5,000만 명으로 계산해보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담배는 400년 전인 1616년에 일본으로부터 조선에 들어와 급속도로 전파가 되었다. 그 당시에 담배는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쓰일 정도였으며(1760년 이익의 성호사설 – 담배는 소화에 도움을 주며, 가슴이 답답할 때 효과적이고 한겨울 추위를 막는데 유익하다.), 애연가였던 조선시대 임금인 정조는 ‘왕이 말하니, 온갖 식물 가운데 이롭게 쓰여 사람에게 유익한 물건으로 담배보다 나은 것이 없다’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1786년11월18일에 정조가 담배에 대해 신하들에게 내린 책문 중에서) 그 당시 인구 약 1,500만 명에서 25% 정도가 흡연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400년이 지난 현재의 대한민국과 조선시대의 흡연율이 거의 같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지 않은가? 조선시대에는 담배에 무엇이 들었는지 몰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웠을지 몰라도, 오늘날 우리는 담배에 무엇이 들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금연열풍에 휩싸여있다. 어디를 가도 금연표지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공건물은 물론이고 대부분이 금연빌딩으로 지정이 되었다. 금연도로 및 금연지역도 점차로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제는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아파트 내에서도 층간소음이상으로 층간담배연기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비흡연자들은 흡연구역이 너무 많아서 제 할 말 못하고 움츠리고 있다가, 이제야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간의 갈등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흡연자들에 대한 인식이 옛날과 다르게, 멋있는 것이 아니라 지지리 못난 것처럼 보이고, 자기관리 못하는 사람처럼 바뀌어 가고 있다. 많은 회사에서 점차 흡연자에게 취업, 승진 및 인사고과에도 불이익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삼성전자, 포스코, CJ그룹, 대상그룹, 아시아나 항공 등 국내 대기업들 상당수가 금연을 권고하거나 흡연 적발 시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있다.)

집 안팎 어디에서도 담배를 피울 곳 없는 흡연자들은 이제 거의 내몰리는 처지가 되었다. 많은 흡연자들이 이제는 자존심이 상하고 눈치가 보여서 도저히 못 피우겠다고 토로한다. 요즘은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으면 담배 피우기도 힘들어진 세상이 된 것이다.

공중파에서도 “폐암 하나, 후두암 하나 주세요.”처럼 혐오스러운 장면으로 금연광고를 하는 등 담배의 폐해가 심각하게 알려져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거리에서 그 어딘가에서 담배를 피운다. 천식과 비염, 만성폐쇠성폐질환(COPD)으로 숨을 쉬기 어려워도, 심지어 담배병(버거씨병)으로 손발을 잘라내는 끔직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계속 담배를 피운다. 후두암 수술로 목에 낸 그 구멍으로 담배연기를 들이키기도 하며, 암 수술 후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병원 어딘가에 가면 환자복을 입고 담배피우는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담배를 피우면서 암을 진단받은 환자 4명 가운데 1명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폐암환자의 5%는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 – 서울대학교병원과 국립암센터의 공동연구팀이 전국 10개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암환자 1,956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담배를 피우는 490여명 가운데 암을 진단 받고도 담배를 계속 피우는 환자가 27%인 131명으로 나타났다.

마음금연 세션을 하러 오신 분들 중에도 폐암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한 분들, 죄책감을 느끼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임산부들, 30~40년 동안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분들 등 너무나 힘든 상황에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담배피우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며, 마치 자신이 담배의 노예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담배를 배운 것이 너무나 후회된다고 하였다. 단 한 번이라도 금연을 시도해본 분이라면 그 말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들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담배는 아무리 위장을 하고 예쁘게 포장해도 그자체가 독극물이고, 원래 역겹고 냄새나는 발암물질 덩어리일 뿐이다. 흡연은 자신의 혈관에 스스로 직접 발암물질을 주사하는 행위이다. 담배 한 개비당 12분씩 수명을 줄인다는 연구결과처럼,(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 – 브리티시 의학저널에 발표; 담배속의 발암물질은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기 때문에,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간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피부암, 자궁암 등 모든 암의 원인이 된다.) 한마디로 자기 파괴적인, 스스로의 몸을 망가뜨리는 무서운 행동인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몸속에 발암물질을 채워 넣으면서 어떻게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현재 담배로 인해서 자신에게 수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담배로 인해 자신의 건강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이성 관계,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금연하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며, 가족의 행복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끊고 싶지 않은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담배가 나쁜 것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나라 전체에서 금연을 외치고 있으며, 사랑하는 가족이 제발 금연하라고 애원해도, 건강이 나빠져서 당장 금연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흡연으로 인해 손발을 잘라내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암 수술 후에도 담배를 피우는 이런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우리의 뇌 속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가능한 것일까?

– Serang